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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22호

잠들지 못하는 밤에 대하여

하다_Y 2022. 1. 25. 04:53

똑딱똑딱.
 
시계는 벌써 자정을 넘겼다.
분명 10시에 잠자리에 누웠는데 뒤척이다 결국 잠에 들지 못했다.
 
머리는 깨질 듯이 아파오고
우울함도 서서히 내 옆에 자리를 잡는다.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이 뇌를 더 각성하게 만들고,
오늘 하루에 대한 고민이 나의 숨통을 더 조이게 만든다.
 
똑딱똑딱.
도저히 이렇게 시간낭비를 할 순 없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보지만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것도, 의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오늘도 결국 스마트폰을 집어 든다.
재미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잠들지 못하는 이 밤을 어둡게 만들고 싶지 않아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다.
전자파의 효과로 뇌는 더 각성이 되었다.
사실 한두 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볼 수 없다.
더 보다간 눈알이 튀어나오고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아직도 해가 뜨지 않은 밤을 보며 괜한 생각에 잠긴다.
나는 언제쯤 편하게 잠들 수 있을까?, 이 생활이 계속 지속된다면?
그리 영양가 있는 생각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생각을 접는다.
다시 누웠다.
숨통이 조여오기 시작한다.
이 세상에 있는 불안들이 모두 나를 감싸는 거 같아서
황급하게 이어폰을 귀에 꼽고 정말 귀가 터질 듯이 음악을 듣는다.
그 순간만큼은 잡생각이 들지 않는다.
귀가 터져라 음악을 듣고 나면 괜히 창문을 열어 찬 공기를 마신다.
 
공부를 해볼까 생각을 하지만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기 때문에 도저히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이러다가 가끔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진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수면제를 먹고 잘까 생각하지만 지금은 늦었다.
계속 울다 보면 결국 지쳐서 잠든다.
 
그것도 잠시...
악몽들이 나를 괴롭히고 가위에 눌려 정말 토가 나올 거 같다.
정말 힘겹게 가위를 풀고 나면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있고 미친 듯이 뛰는 심장을 달래기 위해서
심호흡을 하고 물 한잔을 마신다.
그렇게 힘들었던 새벽이 지나 아침이 되면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밝은 곳에서 잠을 청한다.
사실 깊게 잠드는 것도 아니다.
낮잠이라고 인식한 뇌 때문에 1, 2시간이면 잠에서 깬다.
그래도 조금 살 거 같은 기분이 든다.
 


위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매우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들게 분명하다.
사실 저건 내가 밤마다 겪고 있는 불면증에 대해서 작성한 것이다..
불면에 대해선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데 처음 쓰는 이야기다 보니 조금 떨린다.
 
내가 밤에 잠을 못 자게 된 건 2년 전, 슬럼프 때문이었다.
스트레스를 너무 심하게 받아서 매일같이 자살충동에 시달렸고
살고자하는 생각보단 죽고자하는 생각이 너무 강했다.

제일 심했을 땐 하루에 30분, 1시간 정도밖에 못 잤는데 그게 2주간 지속되니 미칠 거 같아서
처음으로 수면제를 먹었던 날, 훨씬 삶의 질이 좋아져서 계속 의존하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스트레스를 세게 받은 이후로 나는 조금만 예민해져도 잠을 못 자는 상태가 되었다.
지속적으로 잠을 못 자면 매우 피폐해지는데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지고 계속 무기력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 과정 속에서 받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쉽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공감하기 어려운데 최대한 이해가 가게 설명을 해보자면
모든 에너지를 다 써서 너무 피곤하길래 침대에 누웠는데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고
이유모를 불안감 때문에 잠은 못 자겠지만 몸이 너무 지쳐있어서 다른 일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매일매일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감정을 표현할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고통스럽다.
몸이 아파서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진짜 너무 지쳐서 아무것도 못하겠는데 정신만 멀쩡해서 힘들다.

오늘도 밤을 샜지만.. 그래도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글을 썼다!

지금은 방학이라서 이런 생활이 가능하지만 등교하면 정말 걱정이다...
학교 다닐 때도 12시만 넘어도 괜히 수면제 먹고 잤다가 지각할까 봐 밤샌 적이 엄청 많았는데 
잠을 못 잤을 때 느꼈던 감정에 대한 트라우마가 나한테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을 못 자는 거에 대한 두려움과 잠을 자는 것에 대한 주의집중이 오히려 수면을 방해한다고 한다.
강박이 생긴 것엔 이유가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기 싫다는 의식적, 무의식적 생각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낸 건 아닌가 싶다.
재작년, 작년에 숨이 멎을듯한 불안과 슬픔이 몰려올 때도 항상 혼자 견디고 '언젠가 괜찮아지겠지', '시간이 해결해줄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며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지난 지금 아픔의 후유증으로 찾아온 거 같다.
괜찮은 줄만 알았는데 괜찮은 게 아니었나 보다.
어두운 새벽이 찾아오면 예전에 유애나인 친구에게 물어본 아이유가 불면증 있을 때, 작사를 한 무릎과 밤 편지를 들으며 나의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지금 16살인데 이 상태로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컨디션 조절 실패로 나의 꿈에도 영향을 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굳혀진 습관을 바꾸는 게 정말 힘든 건 알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고쳐야 한다.
요즘 많이 찾아보고 책도 읽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2월 후반까지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무조건 밤에도 수면제 없이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나의 목표이다.
 
할 수 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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