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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진통제가 아닌 항생제이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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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진통제가 아닌 항생제이다.

하다_Y 2021. 3. 27. 20:44

요즘 내가 많이 강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을 때, 오빠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거야."
난 이 의미를 시간은 '진통제'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고통은 사라지고 편안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힘들어졌고, 상처는 깊어져 몸속까지 스며들었다.
그 통증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슴 깊이 어두운 마음들이 온몸을 지배했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생을 마감하진 않았다.
죽기 직전까지 갔지만 버틴 덕에 훨씬 단단해졌다.

그 후, 내가 느낀 건 시간은 절대 진통제가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무조건 내가 행복해진다는 우울 총량의 법칙은 없다고 생각한다.
우울한 감정을 모두 느끼고 나면 다시 행복해진다?
이건 절대 아니다.
우울한 감정을 모두 느끼면 더 우울해져서 돌이킬 수 없는 선이 생긴다.
종잇장처럼 얇은 이 선을 넘으면 죽음이라는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럼 시간은 도대체 뭘까?
'항생제'이다.
항생제는 미생물이 생성한 물질로, 다른 미생물의 성장을 저해하여 항균작용을 나타내며
인체에 침입한 세균의 감염을 치료한다.
결과적으로 견뎌내는 만큼 강해진다는 소리이다.
균과 균이 싸워 면역이 생기는 것처럼, 우리의 마음 또한 우울과 슬픔을 견디다 보면 강해진다.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이다.

난 지금까지 시간이 지나면 무뎌지면서 극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절대 한 번 기억에 남은 사건은 무뎌질 수가 없다.
매일이 생생하지만 이것을 컨트롤함에 따라 삶의 농도가 달라진다.
내 몸에 시간이라는 항생제가 들어감으로써 감정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것이다.

요즘 나는 가끔 흔들릴 때가 있지만 우울한 기분이 하루는 넘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다.
항생제가 효과를 내고 있나보다.


내가 처해진 상황을 되돌릴 수도, 바꿀 수도 없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감사하자.
나를 믿어주고, 함께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시간이 약이 될 거라고 믿으면서 아무것도 안 하다가는 유통기한이 지나서 버려야 할 때가 오는데도 못 알아채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나를 위한 일을 시작하자.
행동하면 변화하고, 변화했다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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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름달, 스무이레
한층 더 단단.